피자를 고를 때 우리는 보통 토핑에 먼저 눈이 갑니다. 불고기, 페퍼로니, 하와이안, 고구마 등등.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진짜 피자의 ‘맛’을 결정짓는 건 바로 치즈와 소스의 조화라고 말하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던 피자의 핵심 요소인 치즈와 소스에 집중해 볼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탈리아 피자의 풍미를 살리는 법, 그리고 현지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는지, 깊이 있는 정보와 실용적인 팁을 함께 전합니다.
모차렐라 치즈 어떤 걸 써야 제맛일까
피자에 올릴 치즈를 고를 때, 마트에서 모차렐라라고만 적힌 봉지를 집어 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모차렐라도 ‘등급’이 나뉘고, 각각 어울리는 요리가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일반 모차렐라와 버펄로 모차렐라(Mozzarella di Bufala Campana DOP)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수입 제품으로 꽤 자주 보실 수 있죠. 두 치즈 모두 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이지만, 맛과 향은 확연히 다릅니다. 일반 모차렐라는 우유로 만들고, 버펄로 모차렐라는 물소 젖으로 만드는데, 바로 이 원재료가 풍미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버펄로 모차렐라는 훨씬 진하고 부드러우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지죠. 대신 수분이 많아 굽는 요리에는 주의가 필요하죠. 피자용 치즈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수분’과 ‘녹는점’입니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피자 위가 질척해지고, 치즈가 흘러내리거나 도우가 눅눅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도 ‘생모차렐라’를 쓸 땐 키친타월로 감싸거나 체에 바쳐 수분을 미리 제거합니다. 반면 시판되는 ‘피자용 슈레드 모차렐라’는 수분이 적고 녹는점이 낮아, 오븐에서 금방 잘 늘어지고 바삭하게 구워지죠. 다만 풍미는 생모차렐라보다는 한 수 아래입니다. 이런 장, 단점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자연스러운 맛’ 때문에 이탈리아 피자는 생모차렐라를 선호합니다. 인위적인 염도나 향 없이 우유 본연의 담백함을 살려주기 때문이죠. 특히 나폴리식 피자처럼 얇고 빠르게 구워내는 스타일에서는 이 생모차렐라가 도우와 토마토소스, 바질과의 조화를 완성시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마르게리타’가 대표적인데요. 한국에서는 고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다양한 모차렐라를 찾을 수 있어요. 버팔라 모차렐라는 한두 번쯤 꼭 먹어볼 만합니다. 다만 가격대가 조금 높다는 게 단점이지만, 특별한 날 집에서 피자를 만들 때 투자해 볼 만하죠. 피자의 맛을 결정하는 건 꼭 토핑이 아닙니다. 어떤 모차렐라를 썼는지가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생모차렐라 대 슈레드 치즈의 미묘한 차이
피자 만들 때 치즈 하나만 바꿔도 맛이 확 달라진다는 게 사실일까요? 특히 생모차렐라와 슈레드 치즈의 차이는 단순한 ‘모양’ 이상입니다. 재료는 비슷하지만 풍미, 식감, 그리고 구웠을 때의 반응까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피자를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먼저 생모차렐라는 보통 물에 담긴 채 신선한 상태로 팔립니다. 촉촉하고 말랑한 느낌이 살아 있고, 잘라보면 안에서 수분이 스르르 흘러나오죠. 입에 넣으면 바로 느껴지는 우유의 부드러운 단맛, 그리고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향이 매력입니다. 다만 이 수분이 문제로 피자에 올리기 전에 수분을 최대한 제거해 줘야 도우가 눅눅해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반면 슈레드 모차렐라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피자용 치즈로, 이미 잘게 잘려 있고 수분이 거의 없는 형태입니다. 덕분에 피자가 바삭하게 잘 구워지는 것은 물론, 따로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뿌려 구우면 되니, 집에서 급하게 피자를 만들 때는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굳이 번거로운 생모차렐라를 고집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자에 올라가는 재료가 단순할수록, 각각의 재료 맛이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토마토소스, 바질, 생모차렐라. 이 세 가지만으로 완성되는 마르게리타 피자처럼, 생모차렐라는 전체 조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생모차렐라는 굽는 방식에 따라 토핑 위에 올리기도, 소스 밑에 깔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나폴리 피자는 굽기 전에 생모차렐라를 도우 위에 바로 올리지만, 바삭한 식감을 중시하는 로마식에서는 피자가 다 구워진 뒤 따로 올리기도 합니다. 치즈의 녹는 정도를 조절해 더 섬세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거죠. 한국에서는 생모차렐라를 쓰면 뭔가 특별한 요리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도 피자에 생모차렐라를 올려 굽고 나면, 치즈가 흘러내리는 듯한 비주얼에 감탄하게 되죠. 반면 슈레드는 익숙하고 든든한 맛으로 듬뿍 올려 쭉쭉 늘어나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결국, 어떤 치즈를 쓰느냐는 만들고 싶은 피자의 스타일에 달려 있습니다. 이탈리아 현지 스타일을 따라가고 싶다면 생모차렐라, 빠르고 바삭한 피자가 필요하다면 슈레드 치즈를 사용해 보세요.
이탈리아식 토마토소스는 뭐가 다를까
피자를 만들 때 마트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소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런데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대부분 이런 시판 소스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판 소스에는 ‘필요 없는 것’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시판하는 토마토소스는 대부분 설탕, 향신료, 감미료, 전분 등이 들어 있어 맛이 강하고 단맛이 진합니다. 그러나 이 소스의 단맛이 도우와 치즈의 조화를 방해해 버립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소스를 직접 만들거나 아주 심플한 재료로만 만든 제품을 고릅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산 마르자노 토마토(San Marzano)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화산 토양에서 자라는 이 토마토는 껍질이 얇고 수분이 적어 소스 만들기에 최적화된 품종입니다. 신맛은 적고, 단맛은 은은하면서 끓여도 쉽게 물러지지 않아 농도 조절도 쉽죠. 마르게리타 피자처럼 단순한 피자일수록 이 토마토의 풍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소스는 산 마르자노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이탈리아식 토마토소스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신선한 토마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소금, 바질 몇 장, 그리고 다진 마늘 한쪽이면 끝입니다. 필요하다면 아주 약간의 양파를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토마토 본연의 맛을 위해 설탕이나 케첩은 절대 넣지 않습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살짝 볶아 향을 낸 뒤, 으깬 토마토를 넣고 중불에서 20분 정도 조리하면 됩니다. 너무 센 불에서 끓이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맛이 텁텁해질 수 있으니 약불이 좋아요. 마지막에 바질 한두 장을 찢어 넣으면 이탈리아 감성이 살아나는 소스가 완성됩니다. 한국에서 산 마르자노 토마토를 구하기 힘들 테니, 국산 토마토 중에서도 수분이 적고 단단한 대추방울토마토로 응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판 소스를 사용할 경우에는 단맛이 덜한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면서 서로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것이 바로 이탈리아 토마토소스의 매력입니다.
맛있는 피자는 결국 치즈와 소스의 비율 밸런스
피자가 맛있어지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밸런스가 잘 맞는 치즈와 소스의 비율입니다. 재료가 좋든, 도우가 완벽하든 간에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피자는 금방 질리거나, 먹다 남기게 되는 음식이 되기 쉬워요. 의외로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치즈 듬뿍’이라는 말이 마치 고급 피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정작 균형은 뒷전이 되곤 하죠. 먼저 소스를 너무 많이 바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보기엔 촉촉하고 풍부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우가 소스를 흡수하면서 눅눅해지고, 굽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지 못해 속이 질척거립니다. 그 결과 도우의 식감은 사라지고, 흐물거리는 피자가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토핑까지 밀려내리는 현상이 생기기도 하죠. 반대로 치즈가 과하면 맛의 중심이 치즈의 기름지고 무거운 맛으로 쏠리면서, 한 조각만 먹어도 느끼한 느낌이 들죠. 특히 고온에서 오래 구울 경우 치즈는 오히려 딱딱하게 굳으며, 풍미보다는 기름기만 남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국 치즈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이탈리아 셰프들은 어떤 기준으로 이 밸런스를 맞출까요? 가장 기본은 도우의 면적 대비 소스는 얇고 균일하게, 치즈는 소스 위에 간결하게 올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90 gr의 피자 도우에 소스 약 80-90ml와 모차렐라 치즈 110gr 정도가 한 판 기준으로 적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 촉촉하게, 가장자리는 바삭하게 구워지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정용 오븐처럼 열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치즈를 가장자리에 살짝 덜게 배치하거나 소스를 바깥쪽까지 확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론
맛있는 피자는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소스는 도우에 생기를 불어넣고, 치즈는 풍미를 부여하지만, 그 둘의 균형이 무너지면 맛도 무너집니다. 한국처럼 풍성함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덜어낸다’는 개념이 어색할 수 있지만, 진짜 이탈리아식 피자의 매력은 절제와 조화에 있습니다. 결국 가장 맛있는 피자란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는 밸런스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