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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피자 이탈리아에서는 안 먹는다

by 이렇게해요 2025. 4. 24.

파인애플 피자를 보고 화난 이탈리아 셰프 이미지
파인애플 피자를 보고 화난 이탈리아 셰프

 

한국에서는 누구나 달콤하고 상큼한 조합의 파인애플 피자를 한 번쯤 먹어볼까 생각해 본 적 있으시죠? 이탈리아에서는 상상만 해도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인애플 피자를 그렇게 싫어할까요? 단순한 취향의 차이를 넘어 이탈리아 피자에 대한 철학부터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의 기준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진짜 피자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탈리아인이 파인애플 피자에 분노하는 이유

한국에서는 단짠단짠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친구들과 피자 한 판 시킬 때 한 조각쯤은 넘어가는 메뉴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이 파인애플 피자가 ‘피자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범죄급 조합’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믿기 어렵지만, 현지 피자가게에서 “파인애플 피자 되나요?”라고 묻는 건 거의 문화충격을 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과일을 올려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소재 간의 완벽한 조화를 중시하는 음식입니다. 담백한 도우, 산뜻한 토마토소스, 향긋한 모짜렐라, 그리고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토핑들은 대개 간이 세지 않고, 전체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재료들이죠. 그런데 파인애플처럼 당도 높은 과일이 끼어들면, 이 조화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달콤한 피자소스에 파인애플까지 얹힌 그 맛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준에선 “이건 디저트지 피자가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겁니다. 게다가 전통에 민감한 나폴리 사람들 사이에서는, 파인애플 피자는 거의 ‘신성모독’에 가까운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호 차이가 아니라, 음식에 깃든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는 감정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금기 토핑의 문화적 코드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언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토핑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해도 되는 것’과 ‘절대 안 되는 것’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피자 위에 콘, 고구마무스, 불고기, 치즈크러스트까지 올려 먹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단순히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탈리아인들이 피자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의 토핑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게리타 피자의 구성은 정말 단순하죠.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바질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안에 나폴리의 태양, 이탈리아 국기 색, 전통 조리법의 미학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이탈리아인의 눈엔, 너무 많은 토핑은 자연스러운 맛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혼란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금기 토핑’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파인애플, 콘(옥수수), 고구마무스, 과한 치즈입니다. 특히 옥수수는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샐러드나 사이드에 어울리는 재료지, 피자 위에 올라갈 고급 식재료로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이탈리아 셰프는 옥수수를 올린 피자를 보고 “이건 피자가 아니라 크래커에 샐러드를 얹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또 하나의 흥미로운 예는 ‘마요네즈’. 한국에서는 감자, 참치, 불고기 등과 마요네즈 조합이 익숙한데, 이탈리아에서는 “마요네즈는 감자튀김에나 뿌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피자에 마요네즈를 뿌리는 건, 이탈리아 사람들 눈엔 마치 커피에 고추장을 넣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금기 토핑은 단순히 재료 하나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재료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거나 인공적인 맛이 섞이는 걸 경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기준 피자에 뭘 올려야 할까

한국에서 피자 토핑은 말 그대로 ‘무한 창의력’의 영역입니다. 불고기, 고구마, 감자, 콘샐러드, 심지어는 마라맛까지. “피자에 올릴 수 없는 건 없다”는 느낌이죠.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정반대입니다. ‘피자에 올릴 수 있는 것’의 범위가 엄격히 정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피자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하나의 요리 장르이자 전통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의 기본은 무엇보다 ‘심플함’입니다. 토핑이 많다고 해서 더 맛있는 피자가 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이 섞여서 흐려진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가장 사랑받는 피자 중 하나가 바로 ‘마르게리타’입니다. 토마토소스, 생모짜렐라, 바질, 이 세 가지 재료로 완성됩니다. 그 외에도 마리나라, 디아볼라, 콰트로 포르마지(네 가지 치즈)처럼 토핑 조합이 정해져 있는 메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토핑’이란 재료 간의 맛의 균형이 잘 맞고, 피자 반죽 위에서 각각이 자기 역할을 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짭짤한 페코리노 치즈와 염장된 엔초비(멸치)를 동시에 올리면 짠맛이 너무 강해질 수 있으니, 이런 조합은 잘 쓰지 않습니다. 대신 담백한 재료 하나, 풍미 있는 재료 하나, 신선한 허브 하나, 이런 방식으로 토핑을 구성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에선 ‘단맛’이 거의 피자에서 배제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고구마무스, 콘, 파인애플 같은 토핑은 맛이 달고 피자 본연의 조화로움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금기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나폴리 현지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주문하려 한다면 대부분의 전통 피자리아에서는 메뉴 자체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셰프들은 종종 농담처럼 말하죠. “피자 위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건 이탈리아 국기를 바나나로 바꾸는 것과 같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은 ‘익히지 않아도 되는 재료는 굽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루콜라, 프로슈토(생햄)처럼 열에 약하거나 식감이 살아 있어야 하는 재료는 굽기 전에 올리지 않고, 피자가 오븐에서 나온 뒤에 마지막에 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탈리아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셰프들은 기존 전통에서 살짝 벗어난 실험적인 토핑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정한 원칙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지나치게 달지 않게, 그리고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전체가 어우러지는 맛이어야 한다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되죠. 이탈리아인의 입장에서 피자란, 창의력보다 균형과 조화의 예술입니다. 뭘 더 올릴지가 아니라, 뭘 빼야 더 맛있는 가를 고민하는 쪽이죠. 그래서 피자 위의 토핑은 요란하지 않지만,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살아 있는 요리가 되는 것입니다.

파인애플 피자를 본 이탈리아인의 반응

이탈리아 사람 앞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꺼내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미간 찌푸림’은 기본이고, 어떤 이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이건 피자에 대한 모독이야!”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이탈리아인이 파인애플 피자를 처음 먹어봤을 때”라는 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엔 웃기려고 시작하지만, 그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거든요. 한국인 입장에선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파인애플이 새콤달콤해서 고기랑 잘 어울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달콤한 과일이 뜨거운 치즈와 반죽 위에서 익혀지는 상상 자체가 괴이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게다가 피자라는 음식은 자부심과 전통이 깊은 요리이기 때문에, 문화적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건 제 체험담인데 어떤 피자리아에서는 심지어 ‘파인애플 피자 금지’라는 표지판을 걸어둔 걸 본 적도 있답니다. 한 번은 로마의 한 피자 셰프가 이렇게 말했죠. “파인애플은 디저트야. 피자랑은 아무 상관없어.”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 반응들이 전부 화만 내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인들도 유머를 압니다. 다만 그 유머는 언제나 ‘진짜 피자’에 대한 사랑과 지켜야 할 선을 전제로 한 것이죠. 그리고 만약 이탈리아에서 누가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겠다고 하면 주변 셰프들이 정색하며 이렇게 말할 겁니다. “넌 이제 나폴리 피자 협회 출입 금지야.” 물론 농담일 수 있어도 그 속마음은 진심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결론

오늘은 파인애플 피자를 예를 들어 말씀드렸는데, 결국 파인애플 피자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맛의 문제가 아닙니다. 피자를 바라보는 문화적 철학과 정체성, 그리고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렇게 이탈리아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들 간의 일만적인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재료로 심플하게’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새롭고 퓨전스러운’ 접근은 이탈리아인들에게는 낯설거나 불쾌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음식 하나에도 깊은 애정과 전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피자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진지함을 이해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