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파스타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식성대로 김치를 곁들여 우리나라 식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파스타 먹는 방법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이탈리아 파스타에 관련된 예절에는 의외로 까다롭게 보일 수도 있는 규칙이 많습니다. 스파게티를 먹을 때 스푼을 사용하면 안되고, 파스타를 남기면 실례가 되는 이유등 한 번쯤은 배워볼만한 파스타 예절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스타 예절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스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과 예술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식사 시간은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지요. 어른들과 함께 한식을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 위치 그리고 밥그릇 과 국그릇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것처럼 이탈리아에도 식사 예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몇 젓가락 남기면 “배불러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이 요리를 모욕한 거 아니야?”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특히 이탈리아 인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파스타를 남기면, 정성스럽게 요리한 호스트의 마음을 외면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만들기 전에도 어떤 밀가루를 썼는지, 어떤 계란을 넣고 얼마나 반죽했는지, 삶는 시간까지 꼼꼼히 따집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남기는 건 예절을 모르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피하려면 처음부터 적당히 담아달라고 부탁하고 깔끔하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특별하게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인데요. 아마 풍부한 식재료와 다양한 레시피에 더불어 이탈리아인들의 사교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문화인것 같습니다.
스푼이 금지된 이탈리아식 파스타 먹는 법
이탈리아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포크와 스푼으로 먹는다면, 주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거나 종업원의 표정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스푼으로 말아 먹는 것이 아이들이나 하는 일로 여겨질 만큼 어른들은 포크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tv 에서보더라도 한국에서는 포크와 숟가락을 같이 써야 깔끔하게 먹는 것 같고 더 예의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숟가락 없이 포크만으로 파스타를 먹는 것이 오히려 매너 있는 행동입니다. 또 하나의 규칙은 파스타를 절대 자르지 않는 것입니다. 긴 면을 한 입에 먹기 좋게 나이프로 자르거나 우리나라에서 하둣이 국수나 냉면을 먹을 때 이로 끊어먹는 등 무심코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인들에게 파스타는 그 형태마저도 요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원래의 형태대로 먹는 것이 존중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중부와 북부 쪽에 가면 토르텔리니 인브로도(Tortelli in brodo)라고 불리는 고기 육수에 작은 만두를 넣어 끓인 전통 요리가 있습니다. 이 요리를 먹을 때는 스푼으로 먹게되는데 이때 소리를 내며 국물을 먹는것은 이탈리아 식사 예절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입니다.
먹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이 나오는 순서를 잘 알아두는것도 예절의 일부입니다. 파스타는 일반적으로 퍼스트 코스인 ‘프리모(Primo)’로 제공되며, 이 코스를 끝까지 다 먹은 후에야 세컨드 코스 즉 메인 요리인 ‘세콘도(Secondo)’로 넘어갑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스타일과 반대로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처음엔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이탈리아식 식사 경험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파스타를 다 먹은 후 남기지 않고 빈 접시를 내어주는 건 “당신의 요리를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최고의 칭찬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탈리아 식사가 코스 요리로 나오다보니 양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은 코스 요리 보다는 각자 하나의 요리만 주문해 모두 같이 놓고 나누어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라든지 이탈리아인들의 식사에 초대될 경우를 대비해 그들의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있도록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지만 한 번쯤은 배워보세요
저도 이탈리아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작은 실수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안 친구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저도 아무 생각 없이 파스타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 어머니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혹시 입맛에 안 맞은게 있었는지 물어보셔서 좀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탈리아 친구에게 들으니 그게 식사를 준비한 사람의 입장에서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을수가 있다는걸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좋은 식사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는 단순히 적게 먹는 습관 때문에 음식을 남긴 것이었는데 이탈리아 식사자리에서는 이것이 약간의 비매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꼭 다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미리 부탁하고, 포크만으로 말아서 조심히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식탁 위에서 조금씩 배워가는 이탈리아식 매너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생각났는데, 이것은 식사 예절이라기보다 파스타를 맛있게 먹기 위한 한 가지 팁으로 말씀드립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파스타를 우리나라처럼 충분히 익혀서 먹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거에요. 이탈리아 말로 ‘알덴테(Al dente)’라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1분 정도 조금 덜 익혀서 씹는 맛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충분히 익힌 파스타를 원한다면 ‘보레이 라 파스타 꼿다 베네, 뻬르 파보레(Vorrei la pasta cotta bene, per favore)’ 라고 말하면 입맛에 맞는 잘 익은 파스타를 먹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설익은 파스타가 먹기힘들어 남기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결론
이탈리아 파스타 예절은 의외로 까다롭지만, 그만큼 음식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이탈리아식 문화의 표현입니다. 서양식 음식 문화가 처음엔 낯설어도 천천히 익숙해지면, 그 나라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됩니다. 결국에는 음식을 통해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오늘 배운 파스타 먹을 때의 예절을 한번 실천해보세요. 여러분은 이탈리아 식사를 훨씬 더 즐기게 될 것이고, 분명히 식사의 분위기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