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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 사용법 이탈리아 요리의 진짜 룰

by 이렇게해요 2025. 4. 23.

이탈리아 요리 식재료와 올리브 오일 이미지
이탈리아 요리 식재료와 올리브 오일 이미지

 

올리브 오일 한 병을 꺼내놓고, 혹시 샐러드 위에만 몇 방울 뿌리고 끝낸 적 있으신가요? 향이 날아갈까 봐 머뭇거렸다든지, 혹은 아깝다는 이유로 요리에 적극적으로 쓰지 않으셨다면, 오늘 이 글이 새로운 시선이 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올리브 오일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닙니다. 오히려 요리의 시작이자 끝, 전체 흐름을 책임지는 재료이죠.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샐러드는 물론, 스테이크나 채소, 심지어 빵 위에도 자연스럽게 올리브 오일을 활용합니다. 음식에 고소한 향과 깊은 풍미를 입히는 방식은 단순히 뿌리는 수준이 아닙니다. 올리브 오일 한 스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재료도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 이제부터 이탈리아 요리에서 올바르게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 사용법, 그리고 그들만의 숨은 룰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올리브 오일 사용법 생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올리브 오일은 단순히 요리용 식재료가 아니라, 지역과 계절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해마다 올리브 수확 철이 되면, 각 지역에서는 신선한 첫 수확 오일인 노벰브리노(Novembrino)를 기다리죠. 이것은 신선하고 탁한 초록빛 오일로, 바게트나 치아바타에 찍어 먹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Extra virgin oil) 하면 보통 샐러드에 뿌리는 용도, 혹은 브루스케타에 살짝 뿌려 먹는 이미지가 강하죠. 고급 오일일수록 열을 가하면 아깝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생으로만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은근히 널리 퍼져 있습니다. 물론 엑스트라버진은 생으로 먹었을 때 가장 순수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들에게 엑스트라버진은 단순한 마무리 재료가 아니라, 요리의 출발점이자 핵심입니다. 특히 파스타 요리에서는 거의 무조건 팬에 엑스트라버진을 두르고 마늘을 볶으며 요리를 시작하죠. 이때 나오는 향이 전체 요리의 기반을 만들어줍니다. 다만 중요한 건 온도 조절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셰프들은 튀김에는 주로 라이트 한 정제 올리브 오일을 쓰고, 엑스트라버진은 중 약불에서 향을 우려내는 용도로만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올리브 오일은 생으로만 먹는다는 건 이탈리아 기준에선 오히려 반쪽짜리 활용인 셈이죠. 오일이 가진 향과 맛을 진하게 끌어내려면, 약간의 열을 더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국 엑스트라버진은 요리의 배경음이 아니라, 주제곡 같은 존재예요.

이탈리아 요리에서 올리브 오일이 갖는 진짜 의미

한국 요리에서 기름은 보통 조리의 보조재료로 취급됩니다. 팬에 재료가 들러붙지 않게 하거나 튀김을 할 때 쓰는 실용적인 존재죠.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에선 기름, 특히 올리브 오일은 존재감 자체가 다릅니다. 그들은 기름을 '요리의 뿌리'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식재료를 익히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향을 입히고, 맛의 골격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식 토마토소스를 만든다고 해볼까요? 한국에선 보통 캔 토마토를 팬에 붓고 끓이면서 마늘이나 양파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에서는 먼저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천천히 볶아 향을 냅니다. 이 향이 충분히 올라왔을 때 토마토를 더하죠. 순서가 바뀌면 깊은 맛이 안 난다는 게 현지 셰프들의 확신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조리가 끝난 후 마지막이나 먹기 직전에 올리브 오일을 한 번 더 두르는 문화입니다. 리소토나 수프, 파스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건 단순히 반짝이는 외관을 위한 장식이 아닙니다. 조리 과정에서 날아간 향을 마지막에 다시 불어넣는 일종의 향 복원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방식으로 처음, 중간, 마지막까지 올리브 오일이 계속 등장하는 걸 보면, 기름이라기보단 ‘맛의 지도’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요리에선 올리브 오일을 무심코 다뤄선 안 됩니다. 조리의 흐름과 감정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아주 중요한 동반자니까요.

올리브 오일은 센 불과 안 친하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은 센 불과 안 친해 오일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건 단연 ‘불 조절’입니다. 고급스러운 향과 풍미를 가진 만큼, 그 맛을 지키려면 오일의 기분을 잘 살펴야 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일반 식용유처럼 올리브 오일을 센 불에 휘리릭 달궈서 볶기 시작하는데, 이건 엑스트라버진 입장에선 거의 재난 수준입니다. 이 오일은 발연점이 대체로 160도에서 190도 사이로 낮은 편이라, 강한 열에 노출되면 그 좋은 향은 물론, 유익한 영양 성분까지 날아가버리죠.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그래서 언제나 약불이나 중불에서 천천히 오일을 데우며 향을 끌어냅니다. 특히 마늘, 바질, 고추 같은 향신 재료와 함께 쓸 때는 조심스러운 온도가 핵심이에요. 센 불로 조리하면 재료가 탈 위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일에 풍미가 제대로 배지 않거든요. 실제로 이탈리아 셰프들은 팬을 먼저 뜨겁게 달군 뒤 오일을 붓는 방식은 잘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가운 팬에 엑스트라버진을 먼저 두르고, 함께 재료를 넣어 서서히 데우는 방식이 훨씬 보편적이죠. 이 과정에서 오일은 단순히 조리용 기름이 아니라, 재료와 재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이 작은 디테일 하나가 요리의 완성도를 바꾸는 셈입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요리에 쓸 땐, ‘조심스럽게, 천천히’가 가장 어울리는 키워드입니다. 급하게 달구는 순간, 그 복합적인 향의 매력은 사라지고 말거든요.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익히는 요리에 사용할 올리브 오일은 엑스트라버진이 아닌 보통 정제 올리브 오일을 사용해 보길 추천합니다. 사용해 보시면 확실히 오일의 발연점이 조금 더 높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오일을 소스처럼 쓴다

한국 식탁에서는 기름이란 말이 곧 ‘조리용’이라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프라이팬에 붓고 달군 뒤 볶거나 튀기는 용도로 쓰는 게 대부분이죠.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올리브 오일은 단순한 조리용 기름이 아닙니다. 이들은 오일을 마치 소금처럼, 또는 진짜 소스처럼 사용합니다. 조리 중에도 쓰지만, 그보다 더 자주 쓰는 방식은 바로 ‘완성된 요리 위에 뿌리는 것’입니다. 샐러드 위에 가볍게 한 바퀴, 오븐에 구운 채소 위에 향긋하게 마무리 한 방울, 막 구운 피자 위에 생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리면 그 순간 피자의 풍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테이크를 구운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 위에 한 방울의 엑스트라버진 오일을 떨어뜨리는 건, 단순한 윤기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오일이 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주죠. 이건 마치 향수를 마지막에 뿌리듯, 음식에 ‘마무리 향’을 입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용법 중 하나는 빵에 찍어 먹는 소스로서의 올리브 오일입니다. 식전 빵과 함께 나오는 작은 오일 종지에는 소금, 후추, 때로는 바질이나 발사믹 식초가 섞여 있기도 해요. 따뜻한 치아바타나 바게트를 이 오일에 푹 찍으면, 단순한 빵이 하나의 요리처럼 변합니다. 특별한 조리 없이도 식전의 즐거움이 완성되는 셈이죠. 브루스케타처럼 구운 빵 위에 오일을 바르고 토마토, 허브를 얹어 먹는 방식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올리브 오일을 ‘기름’이 아니라 맛의 연결고리로 봅니다. 오일을 통해 재료와 재료가 이어지고, 향과 향이 한 접시 안에서 조화롭게 섞이죠. 조리 전에만 쓰는 오일은 반쪽짜리 오일일 뿐, 이들은 오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심지어 식탁 위에서 마지막까지 활용합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진짜 풍미는 그런 ‘마지막 한 방울’에서 완성되는지도 모릅니다.

결론

올리브 오일 사용법을 건강을 위한 습관처럼 생각해 오셨다면, 이제는 시선을 바꿔도 좋습니다.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올리브 오일이 단순한 기름이 아닌, 요리 전체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재료입니다. 샐러드나 구운 채소, 스테이크는 물론, 마무리 한 방울로 요리의 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리브 오일이죠. 같은 식재료라도 오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의 깊이와 질감이 달라집니다. 한국식 조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일 수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그 매력을 쉽게 잊기 어렵습니다. 이제부터는 올리브 오일을 단순한 ‘기름’이 아닌, 부엌에서 가장 작지만 강력한 풍미의 조연으로 기억해 보세요. 당신의 요리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