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이동하여 토스카나의 언덕 위에 위치한 시에나는 중세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매혹적인 도시입니다. 시에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필수정보와 여행의 핵심 경험들을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에나에 대한 상식, 진짜 시에나의 명소와 와인, 대중교통으로 시에나 가는 방법과 아레초를 포함한 시에나 근교 여행지까지 시에나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중세 문화 속 시에나 여행 미리 알고 가야죠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 시에나 여행의 매력은 관광지라는 단순한 개념보다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시에나는 피렌체와 자주 비교되지만 르네상스보다 중세 문화의 흔적이 더욱 강하게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모네 마르티니, 두초 디 부오닌세냐 같은 화가들입니다. 이들은 르네상스 이전 중세 미술의 중심에 있었으며, 오늘날 시에나 시립 미술관이나 산 도메니코 성당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생생히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청사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시립 미술관의 컬렉션은 중세 미술을 공부하거나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필수 방문지입니다. 예술뿐 아니라 시에나만의 역사와 정체성은 여전히 각 지역을 대표하는 콘트라다(Contrada) 문화에서도 드러납니다. 마치 중세 길드처럼 유지되는 이 조직은 오늘날까지도 도시의 사회적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 팔리오 축제를 중심으로 더욱 생생히 살아납니다.
진짜 시에나 여행의 출발점 캄포 광장, 산책과 와인
시에나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단연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입니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반달 모양의 광장은 도시의 중심이자, 팔리오 축제가 열리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매년 7월과 8월에 펼쳐지는 이 중세식 말 경주는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니라, 시에나 사람들의 정체성과 열정이 집약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한적한 이 광장에 앉아 도시의 속도를 따라가 보는 것도 시에나 여행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언덕 위 도시답게 곳곳에서 보이는 하늘과 붉은 지붕의 풍경은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자들에게 휴식을 선사합니다. 캄포 광장을 둘러싼 작은 거리에는 오래된 상점들과 카페, 책방들이 숨어 있으며, 이곳에서 만나는 지역 주민들과의 짧은 대화도 여행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은 장소’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간입니다. 시에나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조용한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특별한 순간들 때문입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오래된 돌길 사이로 시에나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보다도 유난히 보존 상태가 좋은 시에나의 골목은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이런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지역 와인을 즐기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키안티 와인의 본고장답게 소규모 에노테카(와인 바)나 로컬 식당에서 시에나 산 와인을 한 잔 마시는 여유는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습니다. 특히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서는 현지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진심 어린 환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쁜 여행일정 대신 천천히 도시의 호흡을 따라가고 싶은 이들에게 시에나는 안성맞춤입니다. 책 한 권과 작은 카메라만 들고 나와 골목길을 걷다 오래된 성당에서 잠시 멈추거나 캄포 광장에서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채워집니다.
시에나 가는 방법 피렌체부터 로마까지 기차와 버스로
시에나는 토스카나 중심부에 있어 교통 접근성이 아주 나쁘진 않지만, 고속철도 노선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습니다. 특히 피렌체,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 출발하는 경우 교통수단을 잘 조합하면 훨씬 편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이용하는 시에나 가는 방법은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시에나에 도착하는 방법입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역에서 출발해 시에나역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며, 직행보다는 중간에 엠폴리(Empoli)에서 한 번 갈아타는 지역열차(R) 노선이 일반적입니다. 기차표는 Trenitalia 앱이나 역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고 가격도 10유로 내외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시에나의 기차역은 시내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도착 후에는 택시나 시내버스를 이용해 캄포 광장 등 주요 명소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버스 정류장은 역 바로 앞에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버스 이용도 훌륭한 대안입니다. 특히 피렌체에서 출발하는 Flixbus나 지역 버스인 Tiemme는 시에나의 도심 근처에 바로 정차하기 때문에 도보 여행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편리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버스는 피렌체의 ‘Autostazione SITA’에서 출발하며, 시에나 포르타 오비(Piazza Gramsci) 근처에 도착합니다. 약 1시간 15분 정도 걸리는데 좌석도 편안하고 예약도 간편합니다. 로마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기차로 3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역시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로마 티부르티나(Tiburtina)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있고, 이는 중간 정차 없이 시에나까지 바로 가는 루트도 있습니다. 운행 시간은 약 2시간 45분에서 3시간 정도이며, 이동 중 토스카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시에나는 철도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다양한 버스 노선과 기차의 조합으로 충분히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 수단을 잘 선택하면 이동시간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에나 근교 여행지 반나절만으로도 충분한 토스카나 감성
시에나 자체가 매력적인 이탈리아의 중세 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근교에도 충분히 시간과 발걸음을 들일 만한 소중한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토스카나 특유의 전원 풍경과 와인, 예술, 역사적인 마을들이 가까운 거리 안에 모여 있어 하루만 여유가 있어도 작은 여행을 떠나기 충분합니다. 시에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거리로 토스카나 동쪽 끝에 자리한 아레초(Arezzo)는 중세의 고요함과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피렌체나 시에나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탈리아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근교 여행지입니다. 아레초는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의 중심지였고, 로마 시대에도 번영을 누렸습니다. 도심에 들어서면 언덕 위에 펼쳐진 석조 건물들과 조용한 광장, 고풍스러운 회랑이 과거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는 피아짜 그란데(Piazza Grande)로, 중세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6월과 9월경에는 중세 복장을 입은 주민들이 등장하는 ‘사르토리야 전투(Giostra del Saracino)’라는 전통 기사가 펼쳐져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도시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예술입니다. 특히 프란체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내부에 있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프레스코화 ‘성십자가의 전설’은 꼭 볼만한 작품입니다. 이 프레스코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고요한 색감과 정제된 구도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아레초는 깊은 감동을 안겨줄 여행지입니다. 아레초는 영화 속 풍경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지로, 그 감성적인 장면들이 실제 거리와 광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도시의 조용한 골목과 따뜻한 색감의 건물들, 그리고 벽에 남아있는 옛 광고 페인트들은 영화를 넘어서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현지 시장도 흥미로운 방문지가 됩니다. 매달 첫째 주말에 열리는 아레초 골동품 시장은 이탈리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수백 개의 노점이 광장과 거리 곳곳에 펼쳐져 토스카나 전역에서 수집가와 여행객이 몰려듭니다. 빈티지 소품이나 옛 책, 오래된 그림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에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무리가 없고, 기차역도 도심과 가까워 이동이 편리합니다. 중세의 흔적과 예술, 그리고 지역의 삶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아레초는 시에나 근교 여행지 중 단연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토스카나의 또 다른 얼굴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조용하고 따뜻한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보다 더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발 도르차(Val d’Orcia) 지역이 인기입니다. 언덕 위에 올려진 시골 교회, 사이프러스 나무가 늘어선 흙길, 드문드문 나타나는 돌집들과 유서 깊은 온천 마을까지 풍경 자체가 영화 같아서 자동차나 자전거 여행으로도 추천합니다. 특히 피엔차(Pienza)와 바뇨 비뇨니(Bagno Vignoni) 같은 마을은 소도시 감성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시에나는 단지 하나의 도시로만 기억되기보다, 이 주변의 작은 마을들과의 조합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여행지가 됩니다. 가까운 곳으로 반나절 나들이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토스카나의 진짜 얼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결론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시에나를 방문하지만, 시에나의 진짜 매력은 하루를 넘길 때부터 시작됩니다. 시에나는 무엇을 보아야 한다기보다, 어떻게 머무느냐가 더 중요한 도시입니다. 이번에는 시에나에 대해 알아보고 진짜 시에나의 명소와 와인, 대중교통으로 시에나 가는 방법과 아레초를 포함한 시에나 근교 여행지까지 시에나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명소만 찾아 달려가기보다는 도시의 결을 느끼며 추억을 쌓아가는 여행자들에게 시에나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