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오일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제품 앞에서 한참을 망설인 적 있는 경험은 저만 있는 걸까요?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건 병이 어두운데 어떤 건 투명하고, 그러니 색깔도 잘 몰라서 갈팡질팡 했어요. 건강을 위해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려던 마음은 점점 ‘이게 맞나?’라는 의문으로 바뀌기 시작했죠. 특히 엑스트라 버진, 산도, 콜드프레스 같은 단어가 문제였습니다. 왠지 중요해 보이긴 하는데, 솔직히 잘 몰라서 한참 동안 머뭇거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마트에서 올리브 오일을 고를 때 놓치면 손해 보는 3가지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한 제품 소개는 없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실제로 올리브 오일을 고를 때 바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속 있는 이야기만 담았습니다.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죠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올리브 오일 중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고 알려진 건 바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Extra virgin olive oil)입니다. 여기까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중요한 건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전부 최고급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엑스트라 버진은 말 그대로 가장 처음, 화학 처리를 하지 않고 짜낸 올리브 오일을 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범위 안에도 품질이 다양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 중 일부는 맛이나 향이 기대만큼 풍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올리브오일을 짤 때 사용한 올리브의 신선도, 수확 방식, 가공 시간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중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DOC 나 DOCG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런 용어들은 와인에 사용되는 양질의 포도 생산 지역이나 와인 생산 과정을 인정하는 공식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산 올리브오일에도 이와 비슷한 타이틀이 존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엑스트라 버진이라도 DOP나 IGP 표시가 있는 제품을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정확히 DOP는 "원산지 명칭 보호(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를 의미하는데 와인의 원산지 명칭 제도와 동일한 방식입니다. 즉, 특정 지역에서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 생산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라는 뜻이죠. 반면에 IGP는 "지리적 표시 보호(Geographical Indication)"의 약자로, DOP와 유사하지만 생산 방식에서 조금 덜 엄격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품질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시장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은 어떤 지역에서 수확하고 가공한 제품인지 품질을 보장하고, 품종과 생산 방식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죠. 이게 바로 친환경 생산 방식이데요, 온라인 수입몰에서는 DOP나 IGP 표시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도 0.8% 미만의 올리브 오일이 좋은 이유
올리브 오일 라벨을 보다 보면 가끔 산도(Acidity)라는 말이 나옵니다. 산도라는 말을 도대체 무슨 말이며, 수치가 어때야 된다는 말일까요? 예를 들어 산도 0.3% 혹은 산도 0.8% 이하 같은 문구가 있는 걸 보셨을 텐데요. 이 숫자는 단순한 화학 수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올리브 오일의 신선도와 품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기준은 산도 0.8% 이하입니다. 그런데 산도 수치가 낮을수록 올리브가 신선할 때 짜냈고, 산화되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즉, 산도 0.2%~0.4% 사이 제품은 프리미엄 오일로 여겨집니다. 특히 갓 짜낸 오일일수록 산도가 낮기 때문에 맛도 부드럽고 향도 살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산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나 요리사들은 산도 수치를 꼭 확인하고 구입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고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샐러드에 생으로 뿌리거나, 마지막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므로 오일의 향과 맛이 좋은 산도가 낮은 오일을 쓰는 게 훨씬 좋습니다. 반면 볶음이나 구이용으로 쓸 땐 굳이 낮은 산도를 고집하지 않아도 무방한 거죠.
콜드프레스 이 말도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콜드프레스(Cold pressed)입니다. 올리브오일을 짤 때 가열하지 않고 ‘차갑게 눌러 짠다’는 말인데, 그게 왜 중요한 걸까요? 냉추출을 의미하는 "콜드프레스"는 원심력을 사용하는 현대적인 방식인데요. 올리브를 갈아서 페이스트 형태로 만든 후, 페이스트를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에 넣어 기름과 고형분, 물을 분리하게 되는 거죠. 오일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27°C 이하의 온도에서 짜내는 공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품질이 더 일관되고 양질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고온으로 짜면 오일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올리브 고유의 향, 영양소, 폴리페놀 등 좋은 성분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도를 낮춘 상태에서 천천히 짜는 전통적인 방식이 생긴 거죠. 그런데 문제는 콜드프레스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실제로 공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콜드프레스 제품을 고르고 싶다면, 제조사, 산지, 인증마크(유기농, BIO, DOP 등)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콜드프레스’가 표시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더 맛있거나 고급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신 어떤 요리에 사용할지, 혹은 보관 기간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감각이 더 중요합니다.
결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오일은 따로 있죠
여기까지 살펴본 엑스트라 버진, 산도, 콜드프레스는 좋은 올리브 오일을 고르기 위한 3가지 핵심 기준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걸 모두 갖춘 제품이라고 해도, 우리가 좋아하는 한국 요리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금세 장 안쪽으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쓴맛이 강한 남부 이탈리아 오일은 고기나 빵에는 잘 어울리지만, 나물무침이나 김치볶음 같은 한식에는 그 맛이 너무 도드라져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드럽고 고소한 이탈리아 중부지방의 오일은 한식과 잘 어우러져 사용 폭이 넓습니다. 결국 좋은 오일은 ‘내 입맛과 요리에 어울리는 오일’입니다. 요즘은 한국산 저온압착 참기름도 해외에서 건강 오일로 주목받고 있듯이, 올리브 오일도 내 생활에 맞게 선택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마트에서 병을 들어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면, 오늘 이야기한 3가지를 기억해 보세요. 오일 하나에도 취향이 있고, 정보가 있습니다. 오일 한 병을 고르는 일이 더 이상 막막하지 않도록, 몇 번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 보세요. 그렇게 하면 결국에는 여러분 입맛에 딱 맞는 올리브 오일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파이팅 하세요.